Christmas for All Four of Us

네 가족 모두를 위한 크리스마스

아기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공식이 있다. 바로 ‘N+1’의 공식이다. 

여기서 ‘N’은 아이의 숫자를 의미하고, 공식의 해는 어른의 숫자를 의미한다. 2명의 아이가 있다면, 최소한 3명의(2+1) 어른은 있어야 뭘 해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아만 있을 때는 우리 둘 만으로도 이 공식이 성립했다. 한 명은 수아를 전담 마크하고, 다른 한 명은 집안일을 하거나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아가 태어나면서부터는 이 공식이 깨지게 됐다.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4명이 단체로 움직이기보다는 보다 더 쪼개서 움직이기로 했다.

솔직히 네 명이 어딘가로 외출할 엄두도 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집에서만 있기에는 우리의 에너지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에너지가  우리 가족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각각 2명, 3명, 4명의 그룹으로 나뉘어서 따로 시간을 보냈다.

  • 2 / 우리 둘 – 데이트
  • 3 / 우리 셋 – 오큘러스 방문
  • 4 / 우리 넷 – 집 안에서 쉼 + 사진 촬영

2; duet

/ 우리 둘 - 👨 + 👩

대화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부부.

마침 미국에 와 계신 (시월드) 엄마 찬스를 빌려 점심 데이트를 했다!

둘이서 데이트를 했던 게 언제 적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나온 우리 둘.
부끄러워서 빨리 사진을 찍으라는 재인이와, 그대로 서서 100장 넘게 사진 찍는 나!
그린이 컨셉이었던지 풀이 정말 많았던 식당.
예전에는 모던만 찾다가 이제는 클래식도 좋아진다.
그린이 컨셉이었던지 풀이 정말 많았던 식당. 예전에는 모던만 찾다가 이제는 클래식도 좋아진다.
코너에 자리를 잡아서 셀카를 찍는게 덜 민망했다 🙂

연애를 하던 때 부터 육아를 하는 오늘날까지 우리 부부를 하나로 이어주는 건 ‘대화’다. 서로 대화를 통해 치유가 되고 하나가 됨을 느낀다.

여기서 우리는 밀린 대화를 마음껏 풀어놓았다.

두 아이의 부모이자 이민 1.0세대의 정체성을 잠시 내려놓고, 그냥 재인이와 성지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일상 속에서 나오는 단어와는 달리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서 나누는 단어들은 더 가볍고, 경쾌하고,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꿀 같은 이 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는 여기까지 온 김에 크리스마스 트리라도 보고 가자고 했다. 뉴욕에서 크리스마스 트리하면 바로 록펠러 센터다.

그래서 바로 록펠러 센터로!

뉴욕에서 가장 멋진 트리가 있는 록펠러 센터.
말 그대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이 손은 나도 모르는 분의 손이다...)
뉴욕에서 가장 멋진 트리가 있는 록펠러 센터. 말 그대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이 손은 나도 모르는 분의 손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정면으로 나오게 사진을 찍다가 도저히 안돼서 포기 할까 하다가 옆으로 살짝 나오자 또 새로운 구도를 발견했다.

연애 때 부터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늘 모델이 되어주는 아내. 벌써 이 ‘모델’ 일도 9년차가 되어 간다.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재인이는 아름답고, 현명하고, 또 우아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빛이 나는 사람. 함께 9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어 감사하다.

3; trio

/ 우리 셋 - 👨 + 👩 + 👧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저녁에 수아를 데리고 어딘가를 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수아의 잠 자는 패턴이 깨지면 그 파장이 며칠이나 가는게 힘들어서도 그랬지만, 저녁 시간만 되면 졸음에 지친 수아를 데리고 굳이 어딘가를 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날도 수아가 졸려하긴 했지만 예쁜 공간이 가져다 주는 에너지 때문일까 – 신나게 뛰어 다니는 수아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행복했다.

크리스마스 전 어느 저녁. 우리 세 가족은 오큘러스로 향했다.

오큘러스 광장은 매해 새로운 컨셉으로 공간을 구성한다. 올 해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포토존을 꾸며놨다.
몇 번이고 왔던 곳이지만 구성이 바뀌니 새로운 곳에 온 느낌이다. 재인이와 수아가 앉아 있는 모습.
오큘러스 광장은 매해 새로운 컨셉으로 공간을 구성한다. 올 해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포토존을 꾸며놨다. 몇 번이고 왔던 곳이지만 구성이 바뀌니 새로운 곳에 온 느낌이다. 재인이와 수아가 앉아 있는 모습.

저녁에 어딘가를 나온 것도 신나지만 온 에너지를 오로지 수아에게만 쏟(을 수 있)는 엄마 아빠 덕분에 더 신난 수아.

오큘러스가 좋은 점은 공간이 크고 이미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아이가 울거나 뛰어 다녀도 괜찮다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환승 터미널 역할을 하느라 지나가기에 정신 없는 곳인데, 크리스마스를 맞아 놀이 동산으로 변한 이 곳에서 마냥 시간을 보냈다.

아빠와 있으면 장난 치기를 좋아하는 수아 - 품에 소울 메이트 '나나'를 꼭 안고 있다. 수아하고만 있으면 나오는 아빠 미소를 하고 있는 나.
하도 뛰어 다녀서 더웠는지 외투를 벗었다. 표현이 풍부한 분들이 지나가면서 연신 "So cute"라고 하는 바람에 사진 찍는 내 어깨도 올라갔다.
엄마 아빠하고만 있으면 수아는 개그맨이 된다. 브룩필드 플레이스 몰의 파란 불빛에서 춤을 추고 있는 수아. 한 손에는 '나나'가, 또 한 손에는 내가 선물로 준 박하사탕 (빈) 박스가 있다.

4; quartet

/ 우리 넷 - 👨 + 👩 + 👧 + 👶

이번 크리스마스에 우리 가족은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직장 생활하랴 육아하랴 주위 분들을 돌아보고 챙길 여유가 없었는데, 그 와중에 우리 가족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게셨다.

특히 수아와 노아를 위한 선물이 한국에서도, 그리고 미국에서도 들어왔는데 아래 선물 박스 중 2개만 우리가 준비한 거고 나머지는 다 받은 것들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 꾸러미를 통해 우리 가정이 얼마나 빚지고 살아가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던 날.

그리고 작년과는 달리 올 해에는 수아를 위해서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준비해야만 했다.

미국에서는 산타 할아버지를 위한답시고 쿠키와 우유를 올려두고 한 입 베어먹는 귀여운 전통이 있다.

“수아야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면 피곤하시잖아? 우리가 어떤 음식 준비할까?”

“음… 사과랑 토마토!”

…해서 사과와 토마토가 준비되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아침에 수아는 이 모든게 산타 할아버지가 왔다 간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이라이트는 선물 개봉식이었는데, 수아가 하나씩 선물을 열때마다 수아 보다 오히려 우리 부부가 더 큰 리액션을 보였다.

아직 혼자 앉아 있지도 못하는 노아와 그런 노아를 잡아주는 수아.

크리스마스의 마무리는 수아와 노아의 사진 촬영으로 했다.

노아가 태어난 이후 네 가족이 다 함께 사진을 찍으려면 우리 부부외에 어른이 최소 한 명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두 아이만 찍는 컨셉으로 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수 년간 크리스마스는 우리 둘이서만 보냈었는데, 어느새 우리 곁으로 와준 수아와 노아 덕분에 앞으로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이 두 명의 아이들 위주로 돌아가게 됐다.

이 두 아이를 한 번 웃겨보겠노라고 헌신하고 있는 엄마와 동일 장소에서 사진 123장을 찍은 아빠의 합작품. 

수아와 노아가 동시에 웃는 이 사진은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이 두 아이를 한 번 웃겨보겠노라고 헌신하고 있는 엄마와 동일 장소에서 사진 123장을 찍은 아빠의 합작품. 수아와 노아가 동시에 웃는 이 사진은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이렇게 우리 네 가족 모두가 만족해하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물론 우리 두 부부가 원했던 것 모두를 이루지는 못했다. 이를 테면…

  • 교회에서 드리는 크리스마스 예배 참석하기
  • 아이들과 함께 가정 예배 드리기
  •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수아에게 더 잘 알려주기
  • (위에도 썼지만) 우리 네 가족이 함께 한 크리스마스 사진 찍기
  • 등등…

하지만 아이를 둘 키워보니 이제는 알 것 같다.

우리가 계획하고 원하는 대로 시간을 쓸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질 거고, 오히려 우리 네 명의 그 때 그 때 컨디션에 따라서 계획이 이리 바뀔 수도 저리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런 관점으로 보면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가정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정말 잘 살린 것 같다.

언젠가 우리 네 가족이 마주 앉아 함께 크리스마스 때 말씀과 찬송으로 예배를 드리는 날이 오겠지…! 노아가 태어난 이후 우리 네 가족이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2019년의 마지막을 이렇게 사진으로 담아본다.